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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여름밤, 부산 광안리.
작은 분식집 안은 바깥의 뜨거운 공기만큼이나 후끈거렸다.
고작 두 개뿐인 낡은 테이블 위로는 차가운 맥주병과 소주잔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땀에 젖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아저씨들이 붉어진 얼굴로 건배를 나누고 있었다.
"와, 곧 시작한다!"
한 아저씨가 외치자,
구석에 놓인 작은 브라운관 TV 앞으로
국민학생 아이 대여섯 명이 몰려들었다.
그 속에는 나와 동생 대호,
그리고 익숙한 동네 친구들도 뒤엉켜 있었다.
모두의 눈은 화면 속에서 곧 펼쳐질,
세기의 복싱 대결을 기다리며 빛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은 곧 시작될 세기의 대결,
마이크 타이슨과 마이클 스핑크스의 복싱 헤비급 통합 타이틀전을 향해 있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화면을 응시했다.
“행님아, 타이슨 돈 엄청 번단다. 나도 타이슨처럼 돈 많이 벌고 싶다!”
어린 대호가 해맑게 말하자, 소주잔을 들고 있던 아저씨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타이슨이 2,200만 달러, 스핑크스는 1,500만 달러라카더라.”
옆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가 거들자,
아이들은 그 엄청난 숫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거들, 그게 한국 돈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아나?”
아저씨의 질문에 아이들은 일제히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아저씨는 벽에 붙은 아파트 분양 전단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붙은 아파트, 저거 300채는 살 수 있는 돈이다!”
그제야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였다.
아이들의 마음속엔 막연하지만 강렬한 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자, 분식집은 더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TV를 주시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기는 단 1분 30초 만에,
마이크 타이슨의 KO 승리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브라운관 TV에선 타이슨의 통쾌한 KO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생되었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쳐갔다.
그날 밤, 그 분식집에서 우리는 돈의 크기를 처음 실감했고,
그리고 누군가는 타이슨을 동경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첫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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