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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우리 형제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행님아, 나도 복싱 아니더라도 그냥 운동할란다.”
동생 대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해설자가 “1초에 15억을 벌었다”는 말에
그 어린 마음은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화면 속 타이슨의 주먹이 다시 스피크스를 쓰러뜨릴 때마다,
대호는 꿈을 꾸듯 화면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내 눈길은 다른 데 있었다.
타이슨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한 남자.
부풀어오른 머리카락, 번쩍이는 눈빛.
자꾸만 시선을 끄는 그 사람—돈킹이었다.
그때, 아저씨 한 분이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더니…
돈킹이 저 경기 한 번으로 몇천억을 벌었다더라.”
나는 어리둥절했고, 대호는 궁금해했다.
“프로모터가 뭐예요? 왜 돈은 저 아저씨가 벌어요?”
아저씨는 술기운이 오르신 듯 말했다.
“니 동생은 선수 한다매. 너는 프로모터나 해라.”
그러곤 닭발과 떡볶이를 우리 앞에 툭—덜어주었다.
대호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우리 형이랑 행복하게 살 거예요.”

그 말이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계속 ‘돈킹’이라는 이름이 맴돌고 있었다.
그 순간, 옆 테이블 아저씨가 스포츠신문을 내밀었다.
“세계 최고의 프로모터 돈킹, 마이크 타이슨을 발굴하다.”
나는 그 기사를 읽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링에 오르지 않고도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
그게 바로 돈킹이었다.
그날 밤,
나는 그 스포츠신문을 조심히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언젠가 펼쳐볼 내 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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