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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공사가 한창이던
전남 영광의 어느 바닷가 마을.
그날 오후,
나와 두 돌이 갓 지난 대호는
집 뒷산에서 엄마와 함께
토끼풀로 왕관과 반지를 만들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나뭇잎을 부드럽게 스쳤다.
우리 셋은 평화롭게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리 집에서 하숙하던 삼촌이
급히 뒷산으로 뛰어올라왔다.
무언가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여전히 토끼풀을 뜯고 있었고,
대호는 풀잎을 입에 넣고 깔깔 웃었다.
하지만 삼촌과 몇 마디 말을 나눈 엄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우린 영문도 모른 채
엄마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삼촌이 우리를 가로막고 말했다.
“차호야, 대호 데리고 잠깐 슈퍼나 다녀와.
삼촌이 천 원 줄게, 여기... .”
나는 천 원짜리 지폐를 들고
대호의 손을 잡았다.
입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싸늘했다.
그때 엄마가 울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차호야, 대호 잘 보고 있어.
엄마... 읍내 좀 다녀올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섯 살의 어린 마음에도

그 순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햇살 아래에서도,
풀잎 향기 속에서도,
그날은 어딘가
무겁고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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