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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였다.
그렇게 나는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그저 삼촌들과 함께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종이학을 접었던 기억,
그리고 아버지를 부산에 모시고 다시는 영광집으로는 가지 않았던 기억
아버지를 모신 후 본가에서 열린 가족회의.
할머니, 고모들, 삼촌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까지
모두 모여 엄마와 긴 시간 동안 싸우듯 이야기했고,
결국 형제는 할머니가 키우기로 결론이 났다.

이제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할머니와 함께 부산에 살게 된다는 것,
다시는 영광에 가지 않는다는 것,
대호는 아직 우유를 먹으며 나만 쫄쫄 따라다닌다는 것,
내가 아는 건 그것뿐이었다.
오십이 다 되어 두 딸의 아빠가 된 지금에서야 나는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홀로 된 엄마의 고단함과 막막함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이 너무 좋고 고마웠을 뿐이었다.
그때 대호는 겨우 두 돌이 조금 넘은 아기였다.
모든 일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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