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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

episode8 이야기 - 껌딱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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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대호는 그렇게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떠나셨고,

삼촌들 역시 다시 영광으로 일을 하러 돌아갔다.

 

아직 기저귀조차 떼지 못한 어린 대호와 나는

좁고 허름한 단칸방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따스한 품과 정성 덕분에

부모님 없는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된장과 고추장, 깻잎과 고추장아찌 같은 반찬을 만들어 팔았다.

우리 형제는 할머니의 그림자라도 된 듯 항상 붙어 다녔다.

 

메주를 빚을 때는 옆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함께 앉아 있었고,

깻잎을 다듬을 때도 어설프지만 작은 손으로 할머니를 도왔다.

시장에 나갈 때면 할머니가 끄는 구르마에 대호를 태우고, 나는 뒤에서 열심히 밀었다.

 

종일 시장에서 놀고, 장난치고, 할머니 옆에서 물건도 팔았다.

장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하루의 마무리였다.

 

팔다 남은 반찬들은 다른 노점상들의 쌀이나 채소, 때로는 고기와

바꿔서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날이 반복되었지만,

다음날이 되면 또다시 시장으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어린이집조차 제대로 없던 그 시절,

다섯 살인 나는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채 두살짜리

동생 대호를 데리고 시장 이곳저곳을 누볐다.

작은 몸으로 마치 동네 대장이라도 된 듯 씩씩하게 돌아다니고,

피곤하면 공원 한구석에서 낮잠을 자곤 했다.

 

배가 고플 때면 시장 상인들이 손에 쥐여 준 주전부리로 허기를 달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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