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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400평이 넘는 창고가 완전히 침수되었고,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모든 상품이 물에 잠겨버렸다.
그저 막막했다.
수영강의 물이 빠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직원들과 함께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홈쇼핑과 쇼핑몰을 통한 주문은 쏟아져 들어왔고,
처리해야 할 주문은 어느새 10,000건을 훌쩍 넘었다.
물기가 빠진 뒤, 젖은 상품들을 꺼내어 말리기 시작했고,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쓸고 닦으며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었다.

다시 중국 공장과 거래처에 연락을 취해 주문을 넣었고,
나는 보험사와 보상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출과 외상 거래처에도 상황을 설명하며 사정을 하러 다녔다.
결국, 우리는 모든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남자직원들은 청소하고 쓰레기처리를 한다고 3일을 보냈고
여자 직원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수천 건의
주문을 하나하나 취소하고 환불 처리했다.
고객의 불만을 감내하고, 신뢰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시간은 흘렀다.
상품들을 말리려고 밖에 내놓았지만,
며칠 사이 인근 주민들이 모두 가져가버렸다.
누구 하나 제지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텅 빈 창고와 산더미 같은 빚만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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