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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

Episode 10 -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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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igbo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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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고,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아침마다 대호는 할머니 품에 안겨 울면서,

할머니보다 나를 따라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떼를 썼다.

나는 그런 대호가 늘 마음에 걸렸지만,

매번 뒤돌아보며 홀로 유치원에 등원했다.

 

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은 내가 아버지가 안계시고

어머니와 떨어져 할머니, 동생과 함께 사는 사정을 아셨기에,

나를 친자식처럼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나는 편한 마음으로 유치원을 다닐 수 있었다.

 

 

철없던 나는 무엇보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배식받아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시간마다 맛나는 과자와 과일이 간식으로 나온다는 것이

시장통에서 이것저것 얻어먹던 내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대호는 여전히 혼자였고

내가 유치원에 간 사이, 

대호는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나가 

하루 종일 외롭게 놀며 나를 기다렸다.

 

나는 그런 대호가 늘 마음에 걸려,

매일 점심때 주는 요구르트를 몰래 먹지 않고 가방에 챙겼다.

그러곤 집에 오면 얼른 냉동실에 넣어 꽁꽁 얼렸다가,

시장일을 마치고 늦게 돌아오는 대호에게 건넸다.

얼린 요구르트를 손에 쥐어주면, 

대호는 환하게 웃으며 밑둥부터 조금씩 까먹곤 했다.

 

 

담임 선생님은 언젠가부터 내가 

요구르트를 몰래 챙겨가는 걸 아시고는,

결석한 친구들의 요구르트까지 살며시 내 가방에 넣어주셨다.

덕분에 나는 집에 돌아와 할머니와 대호와 함께 앉아,

서로 마주 보며 얼린 요구르트를 밑둥부터 까먹던 행복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후에도, 

나와 대호는 냉동실에 요구르트를 10줄씩 쌓아놓고

한 번에 서너 개씩 밑둥부터 까먹었다.

이제는 더 이상 먹을 걱정 없이 요쿠르트를 마음껏 사서 얼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시절 요구르트를 몰래 가방에 담아오던 기억이 여전히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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